우리가 흔히 위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될 때
등을 두드리거나 양쪽 엄지손톱 위를 바늘로 찔러 피를 조금 내면
트림을 하면서 음식물이 내려가기도 한다.
또한 눈이 침침할 때에는 눈 주위를 마사지하면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나면서 맑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두통이 심하면 머리를 끈으로 질끈 동여매면
두통이 완화되기도 한다.
이와같이 우리 몸에 어떤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
몸의 특정 부위를 찌르거나 누르거나 혹은 마사지하여
그 증상을 완화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위의 예에서, 위장장애가 있을 때 엄지손톱 위쪽을
바늘로 찔러 방혈(피를 조금 빼냄)을 하면
그 자극은 팔을 타고 올라간 후 기도와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폐에 자극을 주고 다시 내려가 위장 십이지장 소장 대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위장까지 올라오게 된다.
이렇게 자극을 받은 폐 위장 소장 대장은 순간적으로 기능이 촉진되고
이에따라 위장에 머물러 있던 음식물이 신속하게 처리되어
소장으로 내려가 속이 뻥 뚫리듯 시원해 지는 것이다.
이것을 한의 침구학 이론으로 설명하면,
폐경락의 정혈(井穴)인 소상(少商 L-11)을 자극한 효과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와 같이 인체 내부의 기관을 강하게 자극하여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포인트가 우리 몸 여러 곳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실로 오랜 기간 몸의 이곳저곳을 찔러보고 눌러보고 두들겨 보고,
때로는 바늘로 찔러 피를 짜내 보기도 하면서
그 효과가 확인된 포인트와 그 곳이 어떻 효과가 있었는지
기록해 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경혈(經穴)이다.
그 경혈 중에서 동일한 장기에 영향을 주는
경혈들 끼리 한 선상으로 연결해 놓은 것이 경락(經絡)이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인체 위에 선으로 그려 놓은 것이
한의원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경혈도이다.
여기서 내장기관에 자극을 주어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것은
실신한 사람 뺨을 때려 정신차리도록 유도하는 이치와 같다.
이렇게 찾아 낸 주요 경락은 총 12개로,
폐 대장 위장 비장 심장 소장 방광 신장 심포 삼초 임맥 독맥 등이다.
(이들 경락에 대한 설명은 나증에 하기로 한다.)
위에서 소화불량에 폐경락의 소상을 찔러 피를 내면 소화가 촉진되듯,
심장이 벌렁대면 심경락의 경혈을 자극하여
심장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면 될 것이고,
설사가 생겨 정신없이 화장실만 찾는다면
대장경락의 경혈을 자극하여 대장 기능을 회복시키면 된다.
바로 이것이 침으로 병을 치료하는 기본적인 원리이다.
물론 말로는 매우 간단하지만,
증상에 따라 관련 경락 상의 어떤 경혈을 사용해야 하는지,
몇 개의 경혈을 동시에 사용해야 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혹시 다른 경락의 경혈을 함께 사용했을 때 더 좋은 효과가 있는지 등은
침구학을 깊이 있게 공부해야 이해되는 부분이다.
침구학에서는 여러가지 질병의 증상에 따라 사용하는 경혈을
아주 오랜 기간 동안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상당히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다.
물론, 경락과 경혈이 비과학적이니, 경혈 효능이 과장되었다느니,
심지어는 침으로 각종 병을 치료하는 것은 사기라는 등의
어이 없는 주장도 간혹 들린다.
그러나 아직도 완벽하지 못한 현대의 의학적 생리적 분석 방법으로
확인되고 안되고는 사실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미 수천년 동안 경험을 토대로 정리된 것이고,
인체의 어느 한 포인트가 병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아
경혈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실로 장기간(수백, 수천년) 수없는 임상이
축적된 이후에나 가능한데, 여기에 어떤 거짓말이 통하겠는가.
여기서 한가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침(耳針) 수지침(手指針) 두침(頭針) 등은
한의학적 침구 치료에 사용하는 '침'이라는 도구를 같이 사용하고 있지만
별도로 특화된 시술 방법으로서 한의학과 구분되는 점이 많다.
물론 한의학계에서도 이들의 치료 효과나 시술 방법 등에
관심을 갖고 임상적으로 연구 분석하기도 한다.
(2014. 0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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