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등 긁어 줄 사람이 필요한 이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부부가 백년해로를 해야 할 이유 중 하나가
서로 등 긁어 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라 한다.
이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늙으면 등이 가렵다는 말인데,
정말 늙으면 등이 가려울까?
결론부터 말하면 '맞다'
그 이유는 '어혈' 때문인데, 서양의학에서는 어혈이란 개념이 없어
이해가 어렵지만,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몸 속에서
순행되지 않고 한 곳에 뭉쳐 있는 죽은 피를 '어혈'이라 한다.
이 어혈이 척추를 받치고 있는 등 근육에 쌓이게 되면
혈액순환을 방해하면서 가려움증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등 근육은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 몸을 곧게 받치는 매우 중요한 골격이며,
이 골격을 지탱하는 척추 좌우의 등 근육은 매우 굵고 튼튼하게 이루어져 있다.
이 근육은 누워있는 자세에서는 긴장을 풀게 되지만
그 이외의 자세에서는 늘 단단하게 긴장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 긴장된 근육에는 혈액 순환이 쉽지 않게 되고
순환되지 못한 피들이 쌓여 끈끈한 어혈이 된다.
물론 노화가 진행될수록 어혈이 많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혈이 혈액순환을 방해하면서 가려움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면,
머리가 가려우면 그 곳에 흰머리가 생긴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이 말도 맞는 말이다.
어혈이 있는 곳은 가려움증이 나타나고,
어혈로 인해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흰머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어혈이 심한 경우에는 통증으로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卽痛 通卽不痛)이라 한다.
즉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있고, 통하면 통증이 없다'는 의미인데,
이를 풀면, 혈액이 순환되지 않으면(어혈) 통증이 있고
혈액이 순환되면 통증은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멍든 곳에 통증이 있고, 멍이 없어지면서 통증이 사라지는 것도
바로 이런 말과 일맥상통한다.
'멍'이 바로 죽은 피(어혈)이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노년기에 들면 혈액 순환 자체가 느려지는데
엎친데 덥친 격으로 평생 쌓인 어혈이 등 근육 혈관을 막고 있으니
등이 근질근질할 수밖에.
더구나 손이 제대로 닿지도 않은 곳이 근질대니.........
그런데 문제는 이 어혈이 온갖 만성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간, 심, 비, 폐, 신, 담, 소장, 위, 대장, 방광 등
오장육부의 기능을 조절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척추를 받치고 있는 등 근육 사이를 지나 몸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므로 등 근육에 어혈이 쌓여 경직되면 당연히 이들 신경을 짓누르게 되고,
이에 따라 오장육부의 신경이 약해지면서 그 기능도 서서히 약해지게 된다.
예를 들어, 간 관련 신경이 약해지면 간병이 생기고,
신장 관련 신경이 약해지면 신장 관련 병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등이 가렵다는 것은 바로 그 부분에 어혈이 쌓여
오장육부의 신경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우리 몸의 적신호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어혈을 없애는 방법은 없는가?
있다. 바로 사혈부항이다.
목에서부터 꼬리뼈까지 등 근육을 부항으로 어혈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앞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만성병을 예방할 수 있다.
늦어도 30대 중반 이후부터
가능하면 한달에 한 번 등 근육의 어혈을 제거해 주는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
다만, 일반 부항과는 달리 사혈 부항은 감염의 우려가 높고,
자칫하면 척추를 다치게 할 수 있으므로 한의사와 상담하여 한의원에서 시술해야 한다.